개헌이 여야의 새로운 전선(前線)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5일 “대통령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가 중심이 돼 국민 의사를 수렴하고 국회와 협의할 대통령 개헌안을 준비해달라”고 주문하자, 야당은 즉각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장제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3분의 2가 동의하는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처럼 117석의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반대할 경우 정부 주도 개헌은 사실상 어렵다. 지난 2월 5일 서울 반포동
지난 1월 30일 서울 역삼동 법무법인 대륙아주 사무실에서 이시윤(83) 전 헌법재판관을 만났다. 이 법무법인의 고문으로 있는 이시윤 전 재판관은 1962년부터 판사 생활을 시작해 춘천지방법원장, 수원지방법원장을 거쳐 초대 헌법재판관을 지냈다. 이후 김영삼 정부에서 4년간 감사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법조계의 대표적 원로로 평가받는 그는 이날 기자와 만나 최근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사법부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된 대법원과 비대해진 법원행정처가 근본적인 문제이므로 사람보다는 구조를 바
미국이 지난 1월 20일부터 시작된 연방정부 셧다운(shut down)으로 몸살을 앓다가 1월 22일 3주간의 임시예산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서 셧다운이 풀렸다. 연방정부의 업무 일시정지를 뜻하는 셧다운은 의회가 새 예산안을 통과시켜주지 않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종의 불상사라 할 수 있다. 연방정부가 돈을 쓸 수 없어 국방, 교통, 보건 등 국가 운영의 필수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정부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정지된다. 이번 셧다운 기간 85만명 공무원들이 강제 무급휴가(일시 해고)에 처해졌다.4년3개월 만에 통산 19번째로 벌어진 미국의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남북 간에 해빙무드가 급속히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대화 국면이 북한에 핵무력을 완성할 시간을 벌어줘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우려의 바탕에는 북한에 가해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남북 대화 국면이 자칫 대북 제재와 압박을 이완시키고 북한의 협상력만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적지 않은 전문가들의 우려다.지난 1월 9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김병연 교수(경제학과)도 “개의 꼬리로 몸통을 흔들겠
2018년이 위기의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는 북핵(北核) 위기부터 우리 앞에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올해 우리는 핵과 미사일을 거머쥔 북한에 맞서 전쟁이냐 평화냐는 마지막 선택지를 받아들 가능성이 크다.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안보 리스크에 더해 3고(고금리·고유가·원화강세)를 힘겹게 넘어야 한다. 여야가 사활을 걸 지방선거는 우리 경제의 고질병을 덮어버릴 ‘정치 과잉’을 다시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정덕구(70) 니어재단 이사장을 만난 것은 우리 앞에 놓인 이 같은 위기의 폭과
북한 김정은이 영하 20도를 밑도는 엄동설한에 백두산에 올랐다는 뉴스가 나온 날, 뒤늦게 ‘장성택의 길’을 읽었다. 작년 2월 발간된 이 책은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원 해외담당 차장을 지낸 정치학자 라종일(74) 교수의 저서. 현재 가천대 석좌교수로 있는 라 교수는 이 책에서 학자의 시선과 대북 정보 책임자로서의 경험과 지식에 소설적 상상력까지 버무려 장성택이 왜 비참한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했다.김정은 체제에서 ‘1호 동지’로 불렸던 2인자 장성택은 자신이 권좌에 앉힌 처조카에게 왜 죽임을 당했을까. 그의 처형 원인에
1934년생인 노(老)학자는 요즘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인터뷰 내내 큰 소리로 물었고, 그는 천천히 또박또박 답했다. 그가 “책 한 권 내는 데 40년이 걸렸다”고 답했을 때 서로의 문답(問答)에 뭔가 착오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잠깐 했다. 하지만 사연이 진짜 그랬다. 그는 1960년대 후반부터 쉼 없이 하나둘 자료를 모았고 천신만고 끝에 지금에야 책을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교 용어인 정진(精進)이라는 말이 떠올랐다.국립중앙박물관장과 문화재위원장을 지낸 정양모(83) 박사가 펴내는 ‘조선시대 화가 총람
지난 11월 3일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연극 ‘박정희의 길’이 초연됐다. 소설가 복거일(71)씨가 지난 7월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발표한 같은 이름의 희곡이 무대에 올려졌다. 직접 연출까지 맡았던 복씨는 11월 6일 서울의 한 커피숍에서 만나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겪었던 고생담부터 털어놓았다.“시국이 이래서인지 박정희 대통령에 관한 모든 게 잘 안 된다. 연극을 하려면 사람이 모여야 하는데 무대감독이고 배우고 찾기가 힘들었다. 다들 ‘박정희에 대한 연극’이라고 하면 ‘알겠다’고만 하고 연락이 끊겼다. 오죽했으면
대전시 대덕 특구에 있는 국가핵융합연구소를 찾아가면서 생뚱맞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구호가 떠올랐다. 핵융합 전문가를 만나기 전 머릿속에 입력해둔 핵융합과 핵분열에 관한 기초지식들이 엉뚱한 연상작용을 일으킨 모양이다. 하지만 100% 엉터리는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핵분열은 죽고, 핵융합은 살아야 할 상황 아닌가.현 정부가 궁극적 폐기 대상으로 바라보는 기존의 원자력발전은 핵분열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같은 물질의 원자핵이 중성자를 흡수하면서 쪼개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로 발전을 한다. 핵이
지난 7·3 전당대회에서 의석 107석의 제1 야당 키를 잡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두 달여 동안 그야말로 좌충우돌해왔다. 밖으로는 “좌파 포퓰리즘 독재정권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해온 문재인 정권과 사방에서 부딪혔고, 안으로는 당 혁신을 추진하면서 구(舊) 여권 기득권 세력인 친박(親朴)들과 충돌해왔다. 최근에는 “5000만 국민이 핵 인질이 됐다”며 북핵과 맞서기 위한 미국의 전술핵 재반입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동분서주가 어느 정도 결실을 맺고 있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다소 주
북한이 지난 9월 3일 감행한 6차 핵실험은 힘의 균형을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는 ‘절대 무기’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북한이 서울에서 불과 440㎞ 떨어진 곳에서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 최대 10배 위력의 핵폭탄을 터뜨렸는데도 우리는 재래식 탄도미사일 몇 발을 동해상의 가상 지점에 쏘아올리는 것으로 ‘응징’했다. 대통령이 아무리 “최고 수준의 응징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해도 북한 핵무기의 10만분의 1 위력밖에 안 되는 재래식 폭탄을 동원한 응징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서도 북한의 핵 도발 앞에서 왜소해지는 우리의 무
‘양심은 이렇게 법 안에, 그리고 법의 주변에, 또 법을 넘어 존재하여야 한다.’김우창(80) 고려대 명예교수를 인터뷰하러 가면서 그가 최근에 펴낸 ‘법과 양심’(에피파니)이라는 저서에 나오는 구절을 곱씹어봤다. 노(老)학자는 양심이 법보다 우위에 있음을, 이른바 덕치(德治)가 법치(法治)보다 낫다는 진리를 깨우쳐주려는 것 같았지만 기자의 눈에 세상사는 여전히 갈피를 잡기 힘들다. 사람들은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세상을 오랫동안 꿈꿔왔지만 지금 현실은 법이 있어도 살기 어려운 세상 아닌가. 법의 잣대가 공정하니 마니 격렬한 입씨름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계기로 봇물 터지듯 한 최근의 반미 시위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구호가 ‘북·미 평화협정 체결’이다. 시위 참가자들은 미국을 향해 “전쟁광”이라고 비판하면서 한편으론 북한과의 평화협정을 체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6·25 정전협정을 대치할 평화협정 체결이 한반도 전쟁위기를 종식시키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최종 해법이라는 인식을 내보이고 있다. 북·미 평화협정 체결은 이미 오래전부터 북한 정권과 좌파 종북단체의 단골 요구사항이었지만 현 국면에서는 이전과는 의미와 무게가 달라지고 있
인터뷰 말미에 그에게 “여전히 스스로 좌파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한 시간 넘도록, 정치에 무관심하고 TV도 보지 않는다는 그를 붙잡고 나라 걱정을 나눈 후였다. 그의 말은 이랬다. “나는 전향을 한 번 했다. 1992년에 마르크스레닌주의로부터 사회민주주의로 전향했다. 이후에는 전향이라 할 만한 생각의 변화는 없었고, 다만 진화와 성숙이 있었다. 그런데 진보 진영에서는 내가 또 한 번 전향했다고 보는 것 같다. ‘제2의 김지하’라는 얘기까지 한다. 김지하에 비교해주니 나로서야 영광이지만, 그런 방식으로 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할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된 지난 7월 24일 이종훈 전 한국전력공사(이하 한 전) 사장을 만났다. 1993년부터 1998년까지 한전 사장을 지낸 그는 한국 원자력 발전의 산증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76년 고리 원전 1호기 건설 부소장을 시작으로 20여년간 원전 건설 현장을 누비면서 국산 원전 개발을 이끌었다. 한전 부사장 시절 한국 최초의 표준형 원전인 영광 3·4호기(OPR-1000) 개발 책임자로 뛰면서 원전 기술 자립 기반을 닦았고, 한전 사장 재임 5년간 3세대 국산 원전인 APR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 외벽에는 지난 5월 대선 이후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국정은 협치, 국민은 혁신!’ 멀리서도 눈에 띄는 이 문구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協治)를 다짐하는 국민의당의 상징물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국민의당은 지난 7월 9일 이 현수막을 철거해버렸다. 이날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더는 협치를 할 의지가 없다는 게 명백해졌다고 판단해 당사 현수막을 철거하기로 했다. 정부와 민주당은 야당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고 아예 깔아뭉개고 있다. 문 정부
1957년 10월 5일은 우리나라 원양어업 60년사에서 의미가 남다른 날이다. 이날 대만 지룽(基隆)항에는 우리나라 원양어선의 원조(元祖)로 평가받는 지남호가 기항했다. 그해 6월 29일 부산항을 출발했던 지남호는 인도양에서 시범적으로 도전해본 참치 연승(延繩) 조업을 마치고 부산으로 귀항하는 도중 잠시 지룽항에 들렀다.그런데 이날 우연히 지룽항에는 부산수산대학 실습선 홍양호가 정박해 있었다. 홍양호에는 외국 한번 나가는 것이 꿈이었던 시절, 한국 역사상 최초의 원양 실습을 나온 수산대 어로학과 54학번 졸업생 48명이 타고 있었다
“원론적으로는 청문회에 못 나갈 이유가 없다. 하지만 국회서 나를 부르겠다는 게 논란을 확대하고 김상곤 후보자랑 나를 맞대결시키려는 의도라면 내가 말려들 이유가 없다.”지난 6월 19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병준(63) 국민대 교수는 6월 28일로 예정된 김상곤 교육부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참석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김병준이 벼른다, 복수하려고 한다’고 보도했던데 서부극도 아니고 그런 것은 없다”면서도 “2006년 일어난 일에 대해 모두 되씹어보고 반성하자는 차원의 얘기를 하고 싶
지난 6월 13일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에 있는 안양예술공원. 과거 안양유원지로 불리던 이곳 초입에는 ‘안양 파빌리온’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하얀색 단층 건물이 있다. 평범해 보이는 건물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시각적인 즐거움이 확 느껴지는 광경이 펼쳐진다. 기둥 하나 없는 널찍한 공간 한쪽에 거대한 벽이 버티고 서 있다. 자세히 보면 벽이 아니라 서가다. 그런데 서가 앞을 유화 캔버스를 이어붙인 것 같은 또 다른 조형벽이 가리고 있다. 앞쪽의 조형벽을 좌우로 밀면 뒤에서 서가가 나타나는 구조다. 벽 뒤편으로 돌아가 보면 자개장들이 죽
지난 5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둔 6월 5일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구 유권자들에게 이런 인사 문자를 보냈다. “일전에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을 받았습니다. 어깨가 무겁습니다. 동시에 여러분을 자주 찾아뵐 기회가 아무래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어 송구스럽습니다.”그러면서도 그는 “서울에 있는 의원실과 (대구) 범어동의 사무실도 종전과 똑같이 운영될 것”이라며 “추진해오던 지역 사업이나 예산 등 공약 실천에 빈틈이 없도록 더욱 챙기겠다”고